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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쉰다”는 한국, 정말 청년들 탓일까?
요즘 청년들이 ‘그냥 쉰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마치 청년들이 일할 의욕이 없고 게으르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며, 청년층을 향해 “노력 부족”, “눈만 높다”는 비난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수많은 댓글과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자리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청년 취업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IMF 당시 구인배율이 0.97이었던 반면, 현재 한국의 구인배율은 무려 0.28입니다. 즉, 구직자 10명 중 7명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마치 청년들이 ‘게을러서’ 일하지 않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억지입니다.
게다가 요즘 기업들의 채용 기준은 더 높아졌습니다. 신입을 뽑는다면서도 경력 3년 이상을 요구하고, 자격증을 여러 개 갖춘 지원자에게조차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을 통보합니다. 기업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는 구조에서 신입들은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까요?
청년의 현실은 ‘그냥 쉼’이 아니라 ‘강제적 쉼’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면 어느새 20대 후반. 취업은 어렵고, 어렵사리 취업해도 근무 강도는 세고 연봉은 낮습니다. 그러다 결국 번아웃에 빠져, “좀 쉬겠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그 쉼은 절대 ‘그냥’이 아닙니다.
많은 청년들이 말합니다. “실업급여 받으며 논다”고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쉰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도 못합니다. 그 뒤엔 좌절, 불안, 자책감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노력하고 달려온 청년들에게 돌아온 보상이 없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을 “게으름”으로 취급합니다.
‘눈을 낮춰라’는 말의 모순
사회는 청년들에게 “눈을 낮춰 중소기업이라도 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자녀는 중소기업에 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결혼은 “작게 시작해라”지만, 내 자식 결혼엔 “절대 안돼”. 부동산은 “떨어져야 한다”지만, “내 집은 안 된다”. 이처럼 위선적인 태도는 청년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듭니다.
중소기업을 가려 해도, 연봉은 최저 수준에 복지는 열악하고, 업무 강도는 높습니다. 거기다 “경력직”을 요구하며, 신입조차 제대로 채용하지 않는 실정. 결국 “눈을 낮춰도 갈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지금 청년 세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매일 새벽까지 공부하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목표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청년들에게 “네가 잘못했다”, “게으르다”는 비난만 합니다.
정작 청년들은 열심히 살아왔고, 쉰다는 선택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싶다”, “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싶다”는 갈망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는커녕 “나라 망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요?
결혼과 출산의 연결고리: 늦어지는 취업, 포기하는 미래
한국 사회는 결혼을 남성의 경제력에 크게 의존합니다.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생겨야 결혼을 생각하고, 여성은 경제력 있는 남성을 만나야 결혼을 고려합니다. 그런데 취업이 늦어지면, 경제력 확보는 늦어지고, 결혼은 멀어집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며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납니다. 일찍 취업해 안정된 삶을 시작할 수 있어야 결혼과 출산도 가능하지만, 지금 사회는 청년들에게 그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결국 이는 국가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청년들이 문제인가?
청년 실업, 저출산, 경기 침체 등 사회의 모든 문제를 청년 탓으로 돌리는 건 편리한 가해자 찾기입니다. 정작 기성세대는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하고, 정치인들은 세금으로 본인들 연봉만 올리며, 청년들을 “게으른 배급견”이라 비난합니다.
지금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구조, 고용환경, 경제 시스템의 실패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청년들에게 “눈을 낮추라”고만 할 게 아니라, 고용 안정성, 노동 환경, 공정한 기회 제공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합니다.